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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글/김은성

소년의 탐구심, 탈주의 쾌감 _ 아우디 매거진

아우디 홍보대사 배우 이진욱 & RS7 스포트백

소년의 탐구심, 탈주의 쾌감



차는 때로 숨막히는 현실에서 탈주하는 듯한 공간 이동의 쾌감을 준다. 이진욱이 운전과 연기에 빠져있는 이유는 그것이 이동이라서다. 이곳 아닌 저 너머로, 나 아닌 초능력자로 점프하는 그 순간.


편견 하나. 남자배우는 댄디거나 아티스트라고 여겼다. 적어도 인터뷰 때 만큼은. 매끈하게 제련한 애티튜드와 주변이 시끄럽지만, 나는 당신에게만 집중하고 있어요라는 착각을 유도하는 눈빛이 전자다. 후자는 예술에 대한 전방위적 취향과 기이한 습관을 전시한다. 이진욱에 관한 기사에는 유독 ‘4차원이라는 낡은 문구가 많았다. 글쎄, 이진욱은 세계가 온통 단순한 기쁨 투성이인 소년 같았다.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탈것이 저는 아직도 너무 신비로워요.” 이제 서른다섯이 된 이 남자에게는 배우라는 특수한 직업도, 궁극의 하이테크놀로지의 집합인 RS7 스포트백도, 때로 연애나 음악도 순수한 탐구대상이다.

 

장시간 화보 촬영에 지치지도 않는지, 그는 대화가 머뭇거릴 때마다 유독 동그란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웃었다. “전에는 수줍음이 많았죠. 나이가 드니까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의 미덕을 알겠어요. 촬영장에서도 먼저 장난 치고 말을 트는 편이에요.” 다짐이나 정신무장 같은 것과 거리가 멀기에 인생의 모토 따위를 세우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움이 가장 사랑스럽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서먹할 땐 날씨가, , 좋죠?” 같은 싱거운 말이나 하는 게, 초고속으로 오래 달리는 것보다 느긋하게 풍경 바라보며 운전하는 게 취향. 예능이나 가쉽을 통해 이슈를 선점해 보라는 조언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젓는 이유다.

억지와 무리가 싫어요. 연예계에서 기사거리가 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제 성격이 천하태평자체라 그 이슈를 오래 끌지도 못할 걸요.(웃음).”

 

스포트 라이트말고도 신나는 건 참 많다. 음악과 탈것, 여행, 양장본 등 홀로 고요히 즐기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 단어 사용이 어수룩해도 취미의 주인이 가진 에너지에 빨려 들어가는 대화가 있다면, 그의 말이 그랬다. 이진욱은 미간에 주름을 채우고 스마트폰 안을 한참 노려본다. 이윽고 방 안에 로린힐의 ‘Mr intentional’이 가득 찬다.

계보 따지며 한 장르만 파는 스타일은 아니고 고루 찾아 들어요. 까에따노 벨로주, , 콜드플레이, 판소리까지. 청음 수준은 아마추어일 텐데 뱅앤올룹슨으로 들으면 음색 구현의 질이 다르단 건 느껴져요. 비오는 날 음악을 틀고 운전하면, 더는 바랄 게 없어요. 빗소리와 기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다는 느낌. 3가지면 완벽한 휴식이죠.”

다음엔 돌연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등장한다. 캐릭터의 특성을 고스란히 빼닮은 독창적이고 괴기스런 디자인의 차를 보며 어떻게 만든 건지 궁금해서 앉아있기가 어려웠을 정도라고. “육중한 8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파워, 18개의 바퀴. 흥분 안 할 수 없죠.(기계 오타쿠 같아요) 약간 그렇죠? 카 체이싱 영화를 보면 테크니컬에 대해 중얼거려서 주로 혼자 봐요. 자동차 후드도 종종 열어 보는데 가지런히 정리된 시스템을 보면 짜릿하죠. 차량 정비도 배워보고 싶은데 자제 중이에요. 아직은 차의 미학이나 스토리를 즐기는 수준이 좋아서

단행본 한 권 잡으면 조사 하나 빼놓지 않고 읽으며, 석연치 않을 때마다 첫장으로 돌아가는 태도는 그의 고지식함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을 좌절케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을 들여보였다.) 올해 초 아우디 홍보대사 활동을 시작한 후 차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지극해졌다. 틈나면 지인을 태우고 초고속을 경험시킨다. 차의 하이엔드 기능을 알게 되면 누구나 좋은 드라이버가 되고 싶어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15년 간 운전을 하며 원했던 기능이 이 차에 모두 있었어요. 미드<히어로즈> 보셨어요? 하늘을 나는 건 가장 쓸모 없는 초능력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저는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면 비행 능력을 달라고 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RS7 스포트백을 몰 때마다 초능력자가 된 것 같죠. V8 4.0리터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은 출력을 560마력에 이르게 하는데, 저는 법의 한계를 넘지 않을 정도로 궁극의 속도감을 느끼는 걸 즐겨요. 그건 마치 비행 같죠.”

요즘은 일을 마칠 때마다 운전을 한다. 인간이 커다란 쇳덩어리를 움직인다는 조종의 쾌감,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이동의 해방감이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서다. 핀란드에서 열린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도 인상 깊은 체험이었다.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1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굉장히 먼데도 성지를 찾아온 카 매니아들로 가득했죠. 거의 반쯤 차에 미쳐있는 사람들인데, 그 열기 어린 눈빛들을 관찰했죠. 그 감정을 배우고 싶어서요.”

이동수단으로의 효용보다는 이동의 즐거움을 사랑하기에,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가든 꼭 차를 렌트해 도로를 주행해 보는 그다. 하지만 이진욱은 차를 조종하는 쾌감보다 중요한 건 차를 통제할 줄 아는 능력이라 여긴다. 좋은 차를 오래 운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운전학교 선생님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남긴 그의 마지막 말을 전한다.

일본은 도로가 무척 좁고 표지판도 어렵거든요? 그런데도 교통법규를 100% 지켜요. 가장 잘하는 운전은 그 사람들처럼 안전하게 운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초고급 차를 탈 때 먼저 챙겨야 할 건 자제와 주의력이에요.”


아우디 매거진

자유기고가 김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