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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글/허성환

지하철 예술무대에 대한 시민의 생각, 아티스트의 생각 _ 서울메트로 웹진

열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선율 ‘지하철 예술무대’ 뮤지션과 관객이 호흡하며 즐기는 무대가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감미로운 선율에 잠시나마 빠져볼 수 있다. 사당역, 선릉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가면 그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예술무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펼치는 다양한 공연은 지하철역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며, 수준 높은 뮤지션의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하철 예술무대를 찾는 뮤지션과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지하철 예술무대를 찾는 시민들의 생각

열린 무대에서 가수와 관객이 호흡하는 시간 한태준 21세 서울시 강남구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지하철 예술무대가 그에게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고 한다. 길거리 공연을 종종 관람한다는 한태준씨는 지하철 예술무대와 같은 공연을 길거리 문화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하철역에서 이런 무대를 접해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지하철역을 문화 공연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이 참신했다는 것.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의 다양성’에 대해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수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지하철역이라는 열린 무대잖아요. 일반적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보다 오히려 가수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호흡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비록 지하철 예술무대는 처음 접했지만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가수와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관객’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공연장소가 부족해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하는 음악인도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더욱 많은 지하철역에서 이런 무대가 자주 열리면 좋겠습니다.” 지하철 예술무대는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라며 자랑을 한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려고 지하철에서 만났는데, 뜻밖에 이런 공연을 접하게 되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달콤한 선율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는 여자친구와 ‘무드’도 잡을 수 있었고요. 특히 아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는 저도 모르게 흥얼흥얼 따라 부를 정도로 몰입해서 공연을 즐겼어요.”

    깨알같은 여유를 주는 공연 28세 서울시 송파구

구슬희 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선릉역을 찾았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남는 시간에 뭘할까 생각하며 걷던 중, 노랫소리에 이끌려 무대를 찾았다. 아티스트의 멋진 목소리도 공연 분위기도 여느 무대 못지않았다. 특히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보며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오래 전 기억인데 거리에서 공연하시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멈춰서 공연에 빠져들었지요. 그 감정을 오늘 공연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뮤지션의 숨소리와 표정 하나까지 전혀져서 노래의 감동이 배가 되었어요"

길거리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장소섭외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는 구슬희 씨. 서울메트로에서 마련하는 지하철 예술무대는 '뮤지션에게 주어지는 좋은 기회의 무대'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자리가 많아질수록 지하철을 이용하는 뮤지션과 시민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라고 전한다. '시민의 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많은 만큼, 지하철은  붐비게 마련이다. "지하철에서 사람과 부딪히며 겪는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잊고, 잠시나마 깨알 같은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수준높은 공연을 지하철에서 신선한 충격 31세 경기도 성남시
  

실력 있는 성악가들이 부르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를 지하철 예술무대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는 김솔민 씨.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만, 쇼핑 시설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아쉬웠단다.    “오늘 무대는 성악가들의 수준 높은 실력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가 만난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평소 공연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즐길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고요” 

김솔민씨는 평소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골고루 즐긴다.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악도 없다.  “장르 구분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면 지하철 예술무대를 통해 다양하게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의미있는 무대 21세 경기도 구리시
  

조정은씨는 지하철역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 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또래들처럼 쇼핑을 즐길만도 하지만, 쇼핑엔 전혀 취미가 없다고 한다. 이날도 때마침 친구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무대를 찾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보며 친구가 언제 오나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공연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노래라서 더욱 좋았고요. 실력 있는 성악가들의 음색도 좋았고 무엇보다 아는 노래를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들으니 노래가 더욱 신선하게 들리더라고요.”라며 공연 소감을 전했다.

“홍대에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거리 공연을 즐기는데, 지하철 예술무대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라서 더욱 뜻 깊은 것 같아요. 지하철 예술무대가 지친 시민들의 하루를 달래주는 공간으로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지하철 예술무대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의 생각

달콤한 목소리로 시민의 발걸음을 사로잡다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지하철 예술무대는 뮤지션에게 새로운 만남을 선사하는 그런 공간이다. 홍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훈주씨는 지하철 예술무대가 가져다 주는 의미를 그렇게 해석하였다.    

달콤한 목소리와 감미로운 건반의 선율은 건반보컬리스트 이훈주씨 독특한 색깔이다. 지하철 예술무대의 특성을 잘 반영한 듯,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능력도 그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 때문일 듯. 평소에도 거리 공연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즐기는 이훈주씨’의 공연은 지하철 예술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공연 내내 그의 표정과 노래에서 전해진 그만의 매력은 무대를 즐길 줄 아는 뮤지션의 여유로움이었다.  “지하철 역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예술무대는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무대 특성상 관객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이훈주씨는 주로 홍대 클럽,카페,바 및 길거리에서 활동 하는 뮤지션이다. 홍대 공연과의 차이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홍대는 제 노래를 듣기 위해 찾은 관객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관객들과 함께 즐기며 무대를 꾸며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예술무대는 관객이 불특정 다수이며, 갈 길을 멈추고 잠시 머물며 공연을 관람하시는 분들이라서 일반 무대와는 조금 다릅니다”며 일반 공연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만큼 관객들의 호응도가 낮다는 게 공연의 애로사항이지만, 노래를 들으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시는 분들 덕에 힘이 나기도 한다고. “오늘 공연은 지난 번 공연에 비해 관객들의 반응이 소극적이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지난 달 사당역 공연은 무대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관객과 함께 신바람 나는 무대를 만들었는데, 그런 점에서 오늘 공연은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하철 예술무대의 특성상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곡 위주로 부른다. 이에 대해 “평소 활동하는 공연과는 차별화된 무대지요. 무대의 특성을 고려하고 그에 맞게 공연을 꾸며가면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무대가 되겠지요. 그리고 그런 무대가 하나씩 늘어가면 지하철 예술무대도 공연 문화를 한 층 끌어올리는  한 축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공연을 만들기 위해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이날의 공연을 시작한 제이보이스. 지나가던 사람들도 노랫소리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재능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성악가들 ‘제이보이스’, 그들의 나눔은 지하철 예술무대를 통해 빛을 발했다. 

시립합창단, 오페라단 등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모여 ‘제이보이스’라는 팀을 만들었다. 요즘은 재능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제이보이스 역시 ‘재능 기부’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성악가들이 모여 만든 팀이지만 클래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라면 장르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래를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고 재능을 나누는 지하철 예술무대, 이 무대는 ‘소통과 나눔’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클래식 음악은 대중들이 어렵게 생각하기 마련인데, 열린 무대를 통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더라고요”라며 공연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였다.

올 초부터 시작한 공연은 벌써 1년을 향해가지만, 매 공연마다 관객들을 통해 본인들이 오히려 힐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저희가 들려드리는 노래를 통해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고, 퇴근길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후기를 올리신 분도 계셨어요. 그 분의 후기를 보면서 오히려 저희가 더 힘이 나더라고요” 오늘 공연은 음향장비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해 관객분들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는 제이보이스. 하지만 그만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지하철역 무대는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관객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클래식 공연과 다른 점은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고요.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공연, 이게 바로 지하철 예술무대의 참 매력이 아닐까요”

서울메트로 웹진

 자유기고가 허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