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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글/허성환

공감이 빚어낸 더 큰 감동


 

 

환자를 대하는 일은 비단 그들의 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질병 치료 이전에 그 질병을 제대로 파악하고 환자의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이경숙 주임간호사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한다. 15년차,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간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수많은 환자를 대하며 느낀간호사의 사명을 소통과 공감으로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아 환우에 대한 각별한 애정


어린 시절 할머니 문병 갔을 때 처음 간호사를 봤는데, 할머니를 치료하는 간호사의 모습에서 ‘아우라’가 비췄다고. 할머니를 돌보는 정성과 태도에서 막연히 느낀 동경이라는 그 때의 감정이 지금의 이 간호사를 만든 우연한 계기였다. 그렇게 시작된 간호사란 직업과의 인연, 지금은 간호사로써 느끼는 보람에 감사할 일이 더 많이 생기고 있다. “많이 힘드셨죠? 그 한마디 말에도 그렇게 고마워하실 수가 없어요. 환자들에게 주사 놓고 약 주는 일 외에는 특별히 해주는 것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럴 때 간호사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간호사의 소아 환우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소아 병동에서 근무한 기간이 긴 점도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지만, 환아나 보호자와의 오랜 소통을 통해 형성된 특별한 감정이 그녀가 소아 환우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다.


희귀질환에 걸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다니던 아이, 결국에는 합병증으로 어떤 약도 처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세상을 떠난 환우를 생각하면 당시의 안타까움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는 이 간호사. “그 아이는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중환자실에도 여러 번 입원했습니다.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만큼 가슴 아픈 일은 세상에 없을 것 같은데, 잘 견뎌내 주셨습니다. 심지어 우리 간호사들과 이야기 할 때는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셨고요.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모습에 더 큰 사명감이 생겼죠.”

 


소아암 환우를 위한 더 큰 사명


그런 안타까운 일을 겪은 그녀지만 간호사 일에 대한 좌절이나 회의보다는 보람을 더 느낀다. 중환자를 다루는 일은 분명 힘들고 어렵지만 그 환자들은 누구보다 여리다. 그래서 그런 환자들을 보면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앞선다. 겪어보지 못한 질병에 고통 받는 만큼 작은 것 하나도 더 신경 써서 알려주고 보살펴줘야 한다. 보호자가 알아야 할 세세한 정보 하나까지 알려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보람도 느낀다. 그런 사명감과 보람 때문에 그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역량을 소아암 환우에 쏟고 싶어한다. 때로는 치료가 목적이 아닌 통증 완화를 위해 입원하는 중환자를 돌보는 일도 한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어 치료를 종료하고 생명 연장을 위해 입원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여느 아이들 못지않게 잘 놀고 잘 웃는다.


밝은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런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꿋꿋한 모습, 결과는 좋지 않지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로서의 희로애락을 느낀다.


“저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픈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엄마의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어요.”


환아는 물론 환아의 보호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환자의 마음을 보듬는 이경숙 간호사. 그녀의 사랑이 빚어낸 감동은 오늘도 환자들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아주대학교병원 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