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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글/홍유진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의 행복론 _ 리빙센스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의 행복론



열세 곳의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기사 딸린 고급 차로 서로 모셔가려는 유명인사. 스스로 직업을 창출해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가 말하는 성공론과 행복론에서 삶의 힌트를 얻어보자.

 





눈이 먼 거지가 나는 장님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고 있다. 간혹 동전이 날아들긴 하지만 대부분 무관심하게 그 앞을 지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다가와 팻말 뒤에 뭐라고 쓴다. 이후 수많은 사람이 다가와 엄청나게 많은 돈을 기부하기 시작한다. 어리둥절한 장님이 그 여자에게 대체 뭐라 썼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관대해진 거냐고 묻는다. 여자는 그저 같은 말을 조금 다르게 썼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네요.”


당연한 것에 반기를 들다

영국의 purple feather가 만든 홍보 동영상 ‘Change the word, Change the world’의 한 장면이다.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씨가 관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단지 장님의 관점에서 잠깐 세상을 상상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이는 관점을 바꾸면 얼마나 엄청난 변화가 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용후 씨가 관점 디자이너라는 다소 독특한 직업을 만든 것은 관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고, 그래서 얼른 선언한 거죠. 1호 관점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기자 출신인 박용후 씨는 지난해부터 관점 디자인(perspective design)’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와 정부부처, 공기업, 대기업, 대학 등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에서는 관점을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라는 강연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점 디자이너는 제품이나 회사의 이미지에 대한 고객들의 관점을 바꾸는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이다. 박용후 씨는 카카오톡, 한솥도시락, 선데이토즈 등의 회사에서 홍보이사로 일하며 무려 열세 곳에서 월급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저에게 홍보 전문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으로 제가 하는 일을 정의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홍보는 넓게 알린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포스코 에너지라는 회사의 존재를 널리 알린 왕 상무님이 최고의 홍보 전문가일까요? 제가 하는 일은 회사나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점을 바꾸는 일입니다. 단순히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홍보가 아니라는 거죠.”

처음 카카오톡이 출시됐을 때, 그는 이를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이미 인지도가 충분한 MSN이나 네이트온과 차별화되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그런데 관점을 바꾸니 답은 간단히 나왔다.

카카오톡을 메신저가 아니라 문자 서비스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별로 몇 개의 대화가 오갔는지 일일이 카운팅해 발표하기 시작했죠. 당시 가입자 수를 노출하기는 해도 하루에 몇 개의 대화가 오갔는지를 세는 발상은 없었거든요. 덕분에 사람들은 카톡을 문자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쓴다는 것에 고마워했죠.”

개당 10~20원을 부과하는 문자 대신 카카오톡을 쓰는 게 유리하고 편리하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서비스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강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문자보다 카카오톡을 하는 데 더 익숙하다.

창의적인 사람, 성공하는 사람은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언제부터 휴대전화로 문자 대신 카톡을 하는 게 당연해졌나요? 언제부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물건을 사는 게 당연해졌습니까? 현재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게 언제부터 당연해졌지?’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하고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관점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행복론

우리는 수시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수많은 상황과 맞닥뜨리곤 한다. 박용후 씨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만의 관점을 제시하는 거라고 강조한다.

대부분 모르고 살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왜 이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러면서 현재가 불행하고, 자기 삶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죠. 그런 분들에게 항상 말하고 싶어요.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 다시 한 번 세상을 보라고요.”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이에 박용후 씨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정의 내리기’. 모든 사물과 사람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00’, ‘내 남편은 00라고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서 누군가가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직업이나 직함 없이도 과연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이런 말 말고 온전히 자기 자신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보세요.”

더 나아가 자기만의 내재가치소개서를 써보라고 그는 조언한다. 흔한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쉽게 식지 않는 열정, 누구보다 따뜻한 배려 등 자기 안에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다.

둘째는 내 인생의 Best 5’ 꼽기. 가족, , , 친구 무엇이든 상관없다. 왜 그것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소중한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제약회사와 함께 부모님의 자서전 쓰기라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에요. 부모님의 눈으로 부모님의 삶을 들여다봐야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면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삶도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를 일컬어 사람들은 오피스리스 워커(Officeless Worker)’라고 말한다. 직원도 사무실도 없어서다. 그의 명함 뒷면에는 주소 대신 ‘HERE, NOW’라고 선언하듯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다 다를 거예요. 큰 회사에 다닌다고, 수많은 직원을 거느린 CEO라고 다 행복할까요? 저는 얼마 전 출간한 책 [관점을 디자인하라] 말미에 이렇게 썼습니다. ‘단언컨대, 나는 지금 행복하다.’”

세상에 성공한 사람은 많지만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의 행복이 단지 사회적 위치나 한 달 동안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입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조금 힌트를 얻어보기로 했다.

삶의 밸런스를 찾아야 해요. 성공한 사람도 불행할 수 있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어느 시점에는 허무해질 수 있어요. 우리 삶을 지탱하는 이면에는 자극 코드, 유지 코드, 의미 코드 이 3가지가 있더라고요. 3가지 코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각자의 몫이죠.”


삶이 행복해지는 3가지 코드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는 행복을 위해서는 삶의 밸런스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 3가지 코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삶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이 안 풀리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복잡할 때, 아래의 화두를 하나씩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자극 코드 - 나에게 자극을 주는 순간, 사람, 장소, 물건은 무엇인가?

적절한 자극은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자극이 없으면 우리 삶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멋진 남성과 데이트를 하는 것, 백화점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쇼핑하거나 자기계발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는 것 등등 자신에게 적용되는 자극 코드가 무엇인지 파악해보세요. 자칫하면 자극에 중독되기 쉽지만. ‘나의 자극 코드는 이것이구나라고 인식하면 놀랍게도 그것을 조절할 줄 알게 됩니다.


의미 코드 -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 ,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놓치고 사는 코드입니다. 의미 코드가 있어야 삶의 방향성이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남을 행복하게 해주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구나하고 깨닫고 나면, 자연스럽게 인생의 방향이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언제 자신이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집을 아름답게 꾸몄을 때,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완성했을 때, 내 아이의 미소를 볼 때. 이때 명심할 것은 남과 비교해서 얻은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남보다 큰 집을 샀을 때 얻은 성취감, 동료보다 더 빨리 승진한 기쁨 등은 무가치한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입니다. [내려가는 연습]의 저자 유영만 교수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전과 비교해라.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지고 전과 비교하면 행복해진다.”


유지 코드 - 힘든 순간을 견디게 해주는 경험, 사람, 가치는 무엇인가?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현재의 고통을 견뎌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합니다. 쉽게는 당장 먹고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토끼 같은 자식들도 절대적인 이유가 되겠지요. 저는 사업에 크게 실패해 어머니께 하루 2만원씩 용돈을 받아가며 견딘 날들이 있었는데, 당시 힘들었던 경험을 생각하면 현재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죠. 아마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제대로 뜨이지 않는 눈을 하고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이유. 모두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가치들입니다.


리빙센스

진행 홍유진(프리랜서)

사진 박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