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 로맨틱한 산책, 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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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로드

글,사진 홍유진

에디터 최현주




출처 : 네이버캐스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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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남편 증후군

미리미리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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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취재 홍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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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비워야 할 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를 기억하는가. 소문을 내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도 이발사가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서라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렇게라도 비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괴로움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녀의 고백, 마음에 담기다

한 소녀가 있었다. 어렸을 때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던 상처를 안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심지어는 가장 친한 친구나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었어도 상처 입은 어린 영혼은 여전히 그녀 안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몸부림을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두꺼운 철벽으로 마음을 꽁꽁 감싸고 차갑게 얼려버렸다. 물론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다고 고통이 사라질 수는 없다는 걸.

살다 보니 이따금 따뜻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잠시 그녀 곁에 머물다 갔고, 호감을 가지고 그 두꺼운 철벽 앞에서 끈기 있게 노크를 하는 이도 있었다. 차츰 얼어붙은 마음이 녹았고, 굳게 걸어 잠근 문도 빠끔히 열렸다. 이제는 그녀 차례였다.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는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문을 열고 상처 입은 영혼을 내보냈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녀는 깨달았다. 그 고통스런 몸부림은 자신을 그 답답하고 좁은 내면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스스로의 소망이었다는 것을.

그녀가 내게 처음으로 아픈 상처를 고백해왔을 때 나는 솔직히 적잖이 당황했다. 이미 이십 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고, 정작 그녀는 담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저 에휴, 힘들었겠구나.’ 낮고 침통하고 읊조릴밖에. 그녀는 난데없이 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은 비밀을 지켜지 않은 그 이발사의 가벼운 입을 탓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이든 말이든, 무거운 비밀이든 한 곳에만 고여 있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에요. 나는 내 상처를 입 밖에 꺼내 이야기할 수 있었던 순간부터 치유될 수 있었어요.”



속을 잘 비워낼 줄 아는 사람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비밀을 밖으로 꺼낸 순간, 마음 속 꽉 막힌 응어리가 사라진 느낌이었다고 했다. 물론, 가끔은 그런 그녀의 상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멀게 대하는 이들로 인해 두 번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혼자 끙끙 앓고 있었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언젠가 한 심리학자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당시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거죠?”

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남을 적당히 배려하며, 스스로의 발전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 속으로 적당히 답을 계산하고 던진 질문이었는데, 대답은 의외였다.

잘 비워내는 사람이죠.”

상처든, 분노든, 짜증이든 혹은 자긍심이든, 기쁨이든, 기억이든, 잘 흘려보내고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낼 줄 아는 사람이 건강한 거란다. 이건 뭐, 해탈한 고승들이나 이야기하는 무념무상의 경지가 아닌가. 사람 마음이 그렇게 의지대로 움직이는 거라면, 누가 고통을 그렇게 오랫동안 부여안고 살겠는가.



비우고 다시 채우는 우리의 삶

하지만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보니 반드시 그렇게 거창한 개념만은 아닌 듯 했다. 마음 그릇의 크기야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거기에 담을 수 있는 것은 한정이 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거기에 분노와 화가 오래 담겨있으면 정작 기뻐해야 할 때 그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분노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온전히 분노해야 하는 순간에 제대로 분노하지 못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 마음의 그릇을 비워내지 못하면 기쁨을 기쁨으로 느끼지 못하고, 슬픔을 슬픔으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삶의 중요한 순간,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과거에만 얽매이게 되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주위를 둘러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쉽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대개 과거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는 법이다. 그걸 아는 사람은 바로 그 순간에 마음이 비워진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심리학자가 말한 '비움'의 의미를 비로소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오랜 동안 괴롭혀왔던 고통을 비워내고 보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는 그녀의 말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얼른 비워내고, 상처 입은 소녀가 아닌 활기에 가득 차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그녀로 다시 채웠다. 비로소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밝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 번졌다.

LS전선 사보​

글 홍유진

Posted by ant-man 담벼락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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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구는 '새로운 도전'

김코디네 김은희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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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센스

글 홍유진

사진 박병진




출처 : 네이버매거진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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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의 행복론



열세 곳의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기사 딸린 고급 차로 서로 모셔가려는 유명인사. 스스로 직업을 창출해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가 말하는 성공론과 행복론에서 삶의 힌트를 얻어보자.

 





눈이 먼 거지가 나는 장님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고 있다. 간혹 동전이 날아들긴 하지만 대부분 무관심하게 그 앞을 지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다가와 팻말 뒤에 뭐라고 쓴다. 이후 수많은 사람이 다가와 엄청나게 많은 돈을 기부하기 시작한다. 어리둥절한 장님이 그 여자에게 대체 뭐라 썼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관대해진 거냐고 묻는다. 여자는 그저 같은 말을 조금 다르게 썼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네요.”


당연한 것에 반기를 들다

영국의 purple feather가 만든 홍보 동영상 ‘Change the word, Change the world’의 한 장면이다.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씨가 관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단지 장님의 관점에서 잠깐 세상을 상상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이는 관점을 바꾸면 얼마나 엄청난 변화가 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용후 씨가 관점 디자이너라는 다소 독특한 직업을 만든 것은 관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고, 그래서 얼른 선언한 거죠. 1호 관점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기자 출신인 박용후 씨는 지난해부터 관점 디자인(perspective design)’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와 정부부처, 공기업, 대기업, 대학 등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에서는 관점을 바꾸면 미래가 바뀐다라는 강연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점 디자이너는 제품이나 회사의 이미지에 대한 고객들의 관점을 바꾸는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이다. 박용후 씨는 카카오톡, 한솥도시락, 선데이토즈 등의 회사에서 홍보이사로 일하며 무려 열세 곳에서 월급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저에게 홍보 전문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으로 제가 하는 일을 정의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홍보는 넓게 알린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포스코 에너지라는 회사의 존재를 널리 알린 왕 상무님이 최고의 홍보 전문가일까요? 제가 하는 일은 회사나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점을 바꾸는 일입니다. 단순히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홍보가 아니라는 거죠.”

처음 카카오톡이 출시됐을 때, 그는 이를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이미 인지도가 충분한 MSN이나 네이트온과 차별화되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그런데 관점을 바꾸니 답은 간단히 나왔다.

카카오톡을 메신저가 아니라 문자 서비스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별로 몇 개의 대화가 오갔는지 일일이 카운팅해 발표하기 시작했죠. 당시 가입자 수를 노출하기는 해도 하루에 몇 개의 대화가 오갔는지를 세는 발상은 없었거든요. 덕분에 사람들은 카톡을 문자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쓴다는 것에 고마워했죠.”

개당 10~20원을 부과하는 문자 대신 카카오톡을 쓰는 게 유리하고 편리하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서비스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강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문자보다 카카오톡을 하는 데 더 익숙하다.

창의적인 사람, 성공하는 사람은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언제부터 휴대전화로 문자 대신 카톡을 하는 게 당연해졌나요? 언제부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물건을 사는 게 당연해졌습니까? 현재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게 언제부터 당연해졌지?’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하고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관점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행복론

우리는 수시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수많은 상황과 맞닥뜨리곤 한다. 박용후 씨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만의 관점을 제시하는 거라고 강조한다.

대부분 모르고 살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왜 이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러면서 현재가 불행하고, 자기 삶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죠. 그런 분들에게 항상 말하고 싶어요.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 다시 한 번 세상을 보라고요.”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이에 박용후 씨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정의 내리기’. 모든 사물과 사람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00’, ‘내 남편은 00라고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서 누군가가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직업이나 직함 없이도 과연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이런 말 말고 온전히 자기 자신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보세요.”

더 나아가 자기만의 내재가치소개서를 써보라고 그는 조언한다. 흔한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쉽게 식지 않는 열정, 누구보다 따뜻한 배려 등 자기 안에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다.

둘째는 내 인생의 Best 5’ 꼽기. 가족, , , 친구 무엇이든 상관없다. 왜 그것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소중한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제약회사와 함께 부모님의 자서전 쓰기라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에요. 부모님의 눈으로 부모님의 삶을 들여다봐야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상대방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면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삶도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를 일컬어 사람들은 오피스리스 워커(Officeless Worker)’라고 말한다. 직원도 사무실도 없어서다. 그의 명함 뒷면에는 주소 대신 ‘HERE, NOW’라고 선언하듯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다 다를 거예요. 큰 회사에 다닌다고, 수많은 직원을 거느린 CEO라고 다 행복할까요? 저는 얼마 전 출간한 책 [관점을 디자인하라] 말미에 이렇게 썼습니다. ‘단언컨대, 나는 지금 행복하다.’”

세상에 성공한 사람은 많지만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의 행복이 단지 사회적 위치나 한 달 동안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입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조금 힌트를 얻어보기로 했다.

삶의 밸런스를 찾아야 해요. 성공한 사람도 불행할 수 있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어느 시점에는 허무해질 수 있어요. 우리 삶을 지탱하는 이면에는 자극 코드, 유지 코드, 의미 코드 이 3가지가 있더라고요. 3가지 코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각자의 몫이죠.”


삶이 행복해지는 3가지 코드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는 행복을 위해서는 삶의 밸런스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 3가지 코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룰 때 삶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이 안 풀리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복잡할 때, 아래의 화두를 하나씩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자극 코드 - 나에게 자극을 주는 순간, 사람, 장소, 물건은 무엇인가?

적절한 자극은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자극이 없으면 우리 삶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멋진 남성과 데이트를 하는 것, 백화점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쇼핑하거나 자기계발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는 것 등등 자신에게 적용되는 자극 코드가 무엇인지 파악해보세요. 자칫하면 자극에 중독되기 쉽지만. ‘나의 자극 코드는 이것이구나라고 인식하면 놀랍게도 그것을 조절할 줄 알게 됩니다.


의미 코드 -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 , 경험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놓치고 사는 코드입니다. 의미 코드가 있어야 삶의 방향성이 명확해집니다. 예를 들어 남을 행복하게 해주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구나하고 깨닫고 나면, 자연스럽게 인생의 방향이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언제 자신이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집을 아름답게 꾸몄을 때,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완성했을 때, 내 아이의 미소를 볼 때. 이때 명심할 것은 남과 비교해서 얻은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남보다 큰 집을 샀을 때 얻은 성취감, 동료보다 더 빨리 승진한 기쁨 등은 무가치한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입니다. [내려가는 연습]의 저자 유영만 교수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전과 비교해라.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지고 전과 비교하면 행복해진다.”


유지 코드 - 힘든 순간을 견디게 해주는 경험, 사람, 가치는 무엇인가?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현재의 고통을 견뎌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합니다. 쉽게는 당장 먹고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토끼 같은 자식들도 절대적인 이유가 되겠지요. 저는 사업에 크게 실패해 어머니께 하루 2만원씩 용돈을 받아가며 견딘 날들이 있었는데, 당시 힘들었던 경험을 생각하면 현재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죠. 아마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제대로 뜨이지 않는 눈을 하고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이유. 모두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가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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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홍유진(프리랜서)

사진 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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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도시로 떠나는 시간여행, 세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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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홍유진




<출처 : 네이버매거진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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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당신을 봅니다




부모는 이래야 하고, 자식은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살짝 벗어 보자. 사랑이든, 존경이든, 효든 결국은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 자식 간이 조금은 더 편안하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때, 부모님은 왜 그러셨을까?

지난 어버이날 즈음이었다. 지인의 트위터에 꽤 재미난 주제가 올라왔다.

,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온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부모님한테 서운했던 점들을 털어놔볼까요?’

무조건적인 감사만을 드려도 모자랄 것 같은 어버이날에 대한 통념을 깨뜨린 신선함도 흥미로웠으나 더욱 재미있었던 건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오는 리트윗 글의 억하심정(?)이었다. 만화가로 일하고 있는 어떤 언니는 어렸을 적 용돈을 모아 만화책을 한 권, 한 권 모았단다. 겨우 시리즈가 완성되던 감격스러운 날, 그동안 아무 말도 않던 엄마가 갑자기 돌변해서는 그 많은 책을 다 찢어버렸단다. 단지 일요일인데 제 방에 틀어박혀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한 겨울, 발가벗겨진 채 두어 시간동안 대문 밖에서 떨어야 했던 여덟 살의 비참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는 삼십대 남자도 있었고, 아빠의 심한 편애 때문에 가출까지 감행했던 이도 있었다. 심하게는 부모님의 외도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친척집에서 힘든 시기를 보낸 이도 있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 시대의 아들, 딸들은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다며 잔잔한 회고를 적기도 하고, ‘어떻게 부모로서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난 이렇게 상처 받았는데 자신들은 정작 기억도 못 하더라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기실, 그들의 상처는 단순히 매를 맞아서라거나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해서 생긴 게 아니었다. 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 자식으로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좌절된 데에 대한 분노에 더 가까웠다.


기억 속 앙금을 떠올리다

경건한 어버이날에 인터넷 상에서 난데없는 성토를 벌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자연스레 나는 어땠었나 생각해 보게 됐다. 가부장적이고 완고해서 어떤 세파에도 눈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아버지, 종갓집 맏며느리라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을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어머니……. 모두 훌륭한 분들이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나라고 부모님과 갈등이 없었을 리 없다.

때는, 철없는 망아지처럼 분간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스무 살 무렵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허용될 것 같은 시절, 동시에 무엇을 하든 스무 살이란 찬란한 나이에 성이 차지 않아 안달이 나던 시절이기도 했다. 새내기가 돼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갓 사귄 캠퍼스커플 남자친구와 놀러갈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번 해볼까 싶기도 했다. 과 친구들과 엠티 일정도 잡고, 동아리에서는 영화를 찍기로 미리 약속을 해두기도 했다.그렇게 여러 가지 스케줄로 다이어리가 빼곡하게 채워져 갈 무렵, 아버지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를 내렸다.

너 방학동안 아빠 공장에서 일 좀 해. 어른 됐으면 부모가 하는 일도 좀 돕고 그래야지. 앞으로 방학 때는 공장에서 일하는 걸로 알고 있어.”

권유도, 부탁도 아닌 무자비한 명령이었다. 스무 살 딸내미의 사생활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더듬더듬, 나에겐 나름 소중한 계획들을 대며 소극적인 저항을 해보았지만 아빠 귀에 들릴 리 없었다. 구세주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를 쳐다봤지만 순종적인 엄마에게 무슨 힘이 있으랴. ‘집안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냥 아빠 말 들어.’ 집안에 내 편은 하나도 없었다. 첫 출근해야 할 날짜가 정해졌고, 하필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전날 남자친구를 만난 나는 통곡을 하며 부모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경제력만 생기면 당장 이 거지같은 집을 뛰쳐나가고 말거라고 울부짖었다.


부모님도 사람이다

아침 8시에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 야근이 있는 날이면 밤 10시까지 일했다. 내 일기장은 가족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가득 채워졌고,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겨울방학 때는 모종의 가출 계획까지 세웠는데, 웬일로 아버지는 더 이상 내게 공장 일을 시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가 꼭 일손이 모자라서 나를 끌어들인 것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어떤 고생을 하며 우리들을 먹여 살렸는지, 조금은 이해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그 공장은 아빠가 스물넷, 그 어린 나이에 홀어머니와 동생들, 아내와 아이까지 먹여 살릴 수 있었던 지겹고도 소중한 기반이었을 테니. 다만, 그 방법이 서투르고 강압적이어서 스무 살 어린 딸의 이해는커녕 오해와 반항심만 더 키웠을 뿐이지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두 아이의 부모가 됐던 그 나이를 내가 훌쩍 넘고 보니, 새삼 그 난감함과 괴로움이 절로 느껴진다. 내가 중학생일 때만 해도 아버지는 고작 삼십대에 불과했다. 우리에게는 무섭고 완고한 아버지였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부양 때문에 못 다 이룬 꿈이 안타깝고,혈기가 넘치는 젊은 청년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게 눈에 보이니 우리 부모님도 늙긴 늙으셨나 보다. 부모도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부모는 이래야 하고 자식은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살짝 내려놓고 본다면 지난 상처도, 앙금도 이해 못할 일이 없다는 것도.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여전히 모자란 자식의 자조 섞인 위안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다행 아닌가. 내가 부모님을 아직 볼 수 있다는 것. 슈퍼맨이 아닌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시다는 것.


LS전선 사보​

글 홍유진

 

 

Posted by ant-man 담벼락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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