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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명나눔` _ 서울톡톡

우리 딸 윤서, 간이식 받아 다시 태어났어요

차윤서 양은 차준식 씨와 엄희경 씨 부부 사이에 태어난 셋째 딸이다. 태어날 때부터 까무잡잡하고 노란 피부빛을 띄었지만, 첫째와 둘째와 닮았으려니 생각했다. 태어난 지 1개월 가량 지났을까, 윤서가 모유를 제대로 삼키지 못해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 결과가 나왔다. 담즙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간기능이 점점 악화되는 선천성 담도 폐쇄증이라는 것이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병생활을 하면서 곁에 있던 가족들도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병세는 점점 악화되고 급기야 1년 안에 이식을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러던 중 윤서에게 간을 기증하겠다는 기증자가 나타났다. 생면부지 기증인이었지만, 윤서 부모 입장에서는 윤서를 살릴 천사와 같았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지금은 건강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부부는 "하늘에서 윤서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겠다는 천사가 내려온 것만 같았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각막 기증 받고 수술비까지 후원 받아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25년간 건축일을 해오던 오영식 씨는 여느 때처럼 현장에서 미장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을 하던 중 갑자기 튕겨진 못이 오른쪽 눈에 들어가 실명 위기를 맞았다. 치료도 치료지만 왼쪽 눈마저 시력을 잃을까 나날이 고통스러웠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게 된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으로 괴로웠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중 한 줄기 희망이 그에게 찾아왔다. 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각막을 기증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다시 시력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음에 기뻤지만, 수술비를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수술비를 후원해주어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국내 최초 신장기증자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설립

1991년 장기기증운동본부 설립 당시 만해도 장기기증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오히려 장기매매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있던 시기였다. 그러던 시기에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창립자인 고(故) 박진탁 본부장이 국내 최초로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였고, 이를 계기로 본부가 설립되었다. 현재는 관련 단체 중에서 가장 오래된 단체로, 등록자수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 기증 서약자가 70만 명 정도 되는데, 이중 약 3,000여 명이 실제로 신장, 각막 등을 기증하였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되어야

유럽의 경우, 장기기증 서약을 받는 대신 장기기증 거부 신청을 받고 있다. '옵트아웃제도'인데,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국민 모두가 잠정적 기증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장기기증 서약자가 30% 정도나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서약자는 전 국민의 2%정도 밖에 안 된다.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2만 명 정도인데, 매년 1천명 이상이 장기기증을 받지 못하여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그 환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장기기증 서약 자체는 법적효력이 없다. 서약자가 사망하거나 뇌사 판정을 받아도 가족 중 1인의 동의 없이는 장기 적출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사망한 경우 2시간 이내에 장기를 적출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가족을 설득하여 동의를 구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뇌사의 경우도 시간을 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뇌사 시에도 호흡기를 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가 손상되어 기증하기 어렵게 된다. 통상 2주 정도 지나면 심장이 멈춰서 사망하게 된다.


장기기증은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장기'를 기증함으로 새로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다.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뿐 아니라 나아가 그 가족까지 살리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대한 중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하기는 좀 그렇다'며 꺼리는 실정이다. 분명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쉽게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문제일 듯하다.


어릴 때부터 장기기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최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사랑나눔운동'을 하고 있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교육의 일환으로 자살방지, 학교폭력방지 등과 함께 실시하는 장기기증에 대한 교육이다. 선진국의 경우 장기기증에 대한 내용이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장기기증에 대한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자는 취지로 시작하였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어려운 것은 이런 교육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서울톡톡

시민기자 허성환